매미와 여름

한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여름이 되면 유난히 신경 쓰이는 것이 하나 있다.

매미다.

장마가 끝나고 기온이 갑자기 오르기 시작하면 주택가 곳곳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릴 때 고향에서 지낼 때도 여름이면 매미 소리를 듣는 것이 당연했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올려다보던 하늘은 끝없이 푸르렀고, 그 푸른 하늘에는 윤곽이 선명한 뭉게구름이 떠 있었다.

그런 매미 소리와 뭉게구름을 보고 있으면, 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냈던 여름의 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예전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매미가 부쩍 많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일까.

올여름 초에는 한 마리의 매미가 조금 특별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목 주변에 무언가 닿아 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뒤 손으로 목 주변을 만져보니, 그곳에 매미가 있었다.

순간 깜짝 놀랐다.

“왜 하필 내 목에…….”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마 막 우화한 매미였던 것 같다.

어둠 속에서 우화한 매미가 가까이에 있던 무언가를 일단 붙잡았던 모양이다.

그것이 우연히 내 목이었던 것이 아닐까.

창문 밖으로 조심스럽게 옮겨주었더니, 잠시 후 어디론가 날아갔다.

상대가 매미라고는 해도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날 나와 인연을 맺었던 그 매미는 그 후 무사히 여름을 보낼 수 있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매미는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애벌레로 지내는 기간의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낸다.

몇 년 동안 어두운 땅속에서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으며 살아가다가 마침내 땅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우화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땅속에서 보낸 뒤, 땅 위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고작 몇 주 정도라고 한다.

몇 년을 기다려 마침내 지상으로 나왔는데,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놀라울 정도로 짧다.

나무에 올라가고, 우화하고, 날개를 말리고, 날아간다.

그리고 운다.

그렇게 큰 소리로 우는 것도 생각해보면 아주 짧은 기간뿐이다.

그래서 더욱 그렇게 간절하게 우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아직 매미 소리가 들려온다.

올여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매미 소리를 들으며, 조금만 더 이 여름을 즐겨보려 한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The reCAPTCHA verification period has expired. Please reload the page.